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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따샤 생각

그랬었었다고

by 따샤 Tasha 2021. 3. 21.

 

 

다른 언덕에 왔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다.

바르나를 갈 건지 부르가스? 그리고 소피아 또 북마케도니아.

사실 지금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

그렇다고 이곳에 머무르는 것도 지겹고 싫다.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다니기도 싫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뭔가 사람이 북적북적 한 곳으로 아무 생각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

근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 게 지금 생각나는 곳이 소피아 스마트 호스텔이다.

 어쨌든 그곳으로 돌아가면 나를 환영해 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진짜든 겉치레든 말이다.

불가리아 와서 한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 안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익숙한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나는 분명 후회할 것이다.

소냐에게 오늘 마지막으로 좋아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더니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냐고 말했다.

맞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래도 내 인생에 이런 일도 한 번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이 장소에 없어도 이곳은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래도 존재할테니 말이다.

나중에 다시 올 일은 없겠지만 추억은 할 테지.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거 같다.

어제 톰마저 떠나면서 호스텔에서는 말할 사람이 없다.

그래도 어제 소냐가 함께 해줘서 그나마 정신이 분산됐는데 이제 그녀마저도 집에 가고 나니 엄청 외롭다.

나는 외로움을 잘 안 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냐고 물었을 때 물론 외롭지만 받아들인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나로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건 좋지만 후유증은 오로지 내 몫이다. 이게 싫다면 아무와도 엮이지 않으면 된다.

톰을 친구로 좋아했던 나는 그의 자리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오산이고 착각이었다.

톰의 자리도 나름 내 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거다.

남자에 눈이 멀어 그가 산책하자고 메시지를 보내오면 피곤 하다며 몇 번 거절한 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내가 처음이라 미숙했던 거 같다.

그가 나를 걱정해서 줄리안에게까지 나의 안부를 물었다는 건 지금 이 외로운 마음에 큰 의미를 차지했다.

남녀를 떠나서 나를 얼마나 생각해 주느냐에 따라 이리 의미가 커지기도 한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말은 거짓말인 듯하다.

그가 키르키스탄에서 청첩장을 보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참석할 것이다. 톰 너는 내게 그런 존재가 되었어.

그도 너무 외로웠다고 내게 말했을 때 더 마음으로 그를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산책했던 톰과의 추억은 불가리아 플로브디프에서 평범하고 멋진 장면으로 남았다.

그래서 톰에게 고맙다.

오늘 바람은 너무 차갑다. 언덕에 있으니 더 추운듯하다. 그래도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쓰니까 낭만은 있다. 

따뜻한 커피만 있으면 더 낭만적일 거 같지만 말이다.

소냐는 내게 마음껏 울라고 했지만 언제가부터 펑펑 울고 싶어도 그렇게 안된다. 울컥울컥은 하지만 눈물이 펑펑 나지는 않는다.

캐리어를 버리면서 많은 것을 내려놨다. 한편으론 버린 것들이 아깝기도 하다.

그건 안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가볍기도 하다.

문제는 아직도 내 짐은 많다는 것이다. 화장품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요즘은 화장도 안 하는데 참 버리지를 못한다. 그래도 많이 버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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