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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따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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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으로 시작해 다른 사람으로 끝난 플로브디프 플로브디프에서 정말 웃긴 에피소드가 있다. 이곳에 처음 도착한 날 호스텔에서 만난 줄리안이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이상형인 더티 섹시에 60% 근접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호감을 가졌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성적 끌림이랄까.. 3일째? 4일째 되는 날에 자고 있던 나를 깨우면서 그는 "유 원트?"라는 말을 하길래 결에 이건 뭔가 싶었다. 나는 당황한 채 아니라고 거절을 했고 상황은 종료됐다. 이걸로 끝인 줄 알았지만 플로브디프에서 마지막 날 아침에 그가 나를 보고 자기위로를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는 완전히 패닉이었다. 이건 뭐지? 이건 뭔가?? 방 안에서 톰도 있는데 쟤는 왜 저러나 싶었다. 그렇게 플로브디프에서 마지막 추억을 더럽게 장식해 준 줄리안이다. 정말 어이없게도 소피아로 돌아가서 줄리..
내가 좋아했던 빵집 플로브디프에서 내가 좋아하는 베이커리 집이 있다.근데 주인이 참 불친절하다.구글 리뷰에 보면 그런 얘기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처음에는 나도 기분이 나빴다.그러나 여기 아몬드 크루아상이 참 맛있다. 불친절해도 또 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근데 내가 불가리아 말로 '블라고 다리아'를 하는 순간 주인이 활짝 웃어줬다.그래서 나는 그 주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 후로 나는 항상 '블라고 다리아'라고 마지막 감사 인사를 전한다. 맛난 아몬드 크루아상을 맛보게 해주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사는 게 이런 거 같다. 모든 것이 내 맘 같지 않으며 그 상황에 적합한 좋은 것들을 내주면 된다.'블라고 다리아' 한 마디로 불친절했던 주인이 조금씩 친절해졌다. 그것은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니며 충분히 내가 먼..
일상의 진심 오늘은 바르나에 비가 온다. 어제 저녁에 룸메이트인 영국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더는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에 나를 다독거리자고 생각했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 대단히 특별한 것들이 아닌데 항상 그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많은 이들은 아니여도 소소한 사람들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일. 사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저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포옹 혹은 어루만짐.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꽤나 괜찮아진다. 내 일상에 좀 더 진심 어리게 행동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그 누구와도 일상을 나누고 싶지 않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스쳐 지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가 내게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끝..
그랬었었다고 다른 언덕에 왔다.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다.바르나를 갈 건지 부르가스? 그리고 소피아 또 북마케도니아.사실 지금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그렇다고 이곳에 머무르는 것도 지겹고 싫다.불편한 마음으로 돌아다니기도 싫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뭔가 사람이 북적북적 한 곳으로 아무 생각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근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사람은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 게 지금 생각나는 곳이 소피아 스마트 호스텔이다. 어쨌든 그곳으로 돌아가면 나를 환영해 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진짜든 겉치레든 말이다.불가리아 와서 한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 안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익숙한 곳으로 가고 싶다.그러나 나는 분명 후회할 것이다.소냐에게 오늘 마지막으로 좋아한다고..
찌질하다는 말 말고는 제목에 붙일게 없다 아 놔 제대로 된 마음 전달?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 결과는 읽씹?이지만 말이다. 쪽팔리지만 후련하다. 존나 존나 쪽팔리는데 그래도 마음이 한결 내려졌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지만 나는 결국 본능의 감정에 따랐다. 근데 진짜 존나 쪽팔린다. 이제 그 호스텔 쪽으로는 얼씬도 못하겠다. 오늘 저녁으로 맥도날드 치즈버거를 먹고 싶었지만 꾹 참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케밥을 먹는다. 같은 가게 케밥이 아닌 게 다행이라 위로하며 먹고 있다. 지금 듣는 음악도 한결 캐주얼하게 바꿨다. 비록 저스틴 비버 옷을 입고 그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란 마치 찐팬이 된 듯한 기분이다. 10대 광팬 소녀가 된 기분이란.. 고맙다 이새끼야. 내일은 정말 여기를 떠나야겠다. 바르나가 됐던 소피아..
버림과 욕심 다 놓고 싶다고 생각하는데도 버릴 수가 없다. 다 비워놓고 가야지 했지만 막상 놓으려니 아까운 거다. 며칠 동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면서 내가 얼마나 욕심을 부렸는지 알게 되었다.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바르나 그리고 나 바르나에 도착한 지 5일째가 되었다. 첫날에는 너무 낯설고 힘들어서 방황했다. 눈물도 조금 흘리고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5일째가 된 지금은 적응을 어느정도 한 듯 하다. 좋아할 수 있는 나만의 장소도 생겼고 새로운 곳이 주는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결국 문제는 타인이 아닌 나에게 있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지금도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스타에서 우연히 본 게시글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는 순간 그 순간부터 감정의 중심은 내 편이 아니게 되고, 혹시나 그 사람이 나를 배신하거나 떠나가기라도 한다면 상처받는 것은 오로지 내가 된다"라는 글귀가 어제 내 뒤통수를 강타했다. 물론 전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근데..
이방인의 나는 지금도 신기하다. 내가 불가리아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바르셀로나, 파리, 뉴욕은 꿈꿨어도 불가리아는 낯설다. 물론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다. 해외여행을 하면 항상 다짐하는 것이 있다. 더 많이 자유로워지자고. 그 누구의 시선도 상관없이 나답게. 그러나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일상을 보내는 곳이다. 내가 있는 곳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유를 꿈꾸지만 나는 여전히 나인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서글프다. 왜 나는 나답게 좀 더 자유롭지 못할까에 대한 자책도 한다. 나만 빼고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듯하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종착점은 '역시 사람사는 것은 똑같아'라는 결론으로 가긴 하지만 그래도 나 빼고 다 행복하게 잘 사는 것..